2011년 5월 17일 화요일

전기화재조사 방식, 선진화 시급하다(충북대 김두현 교수님)


전기화재조사 방식, 선진화 시급하다
전문화, 과학화, 세분화로 정확한 화재원인 진단 '절실'

 
전기화재는 해마다 발생 건수와 비율이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전체 화재의 20%를 상회하고 있다. 발생요인 별로는 취급자 부주의로 인한 화재에 이어 두 번째에 해당한다.
전선의 단락이나 합선, 전열기기 과부화 등이 주원인인 전기화재는 국민들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송두리째 앗아갈 수 있는 만큼 사고원인을 명확하게 밝혀서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게 최우선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화재원인 규명 시 목격자의 증언과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의 조사보고서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등 원인 파악을 위한 체계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원인이 불분명한 화재의 상당수가 전기화재로 ‘추정’돼 전기화재 비율에 허수가 존재한다는 것도 문제다.

▲전기화재 점유율은 하락, 발생 건수는 그대로
전기화재 점유율은 2007년을 기점으로 30%대에서 20%대로 급격히 하락했다. 소방방재청이 발표한 2010년 전국 화재현황 통계 분석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총 4만1862건의 화재 가운데 전기화재는 1만825건으로 약 25%에 달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수치가 과연 정확한 것인가에 대해 의문부호를 던지고 있다.
원인을 규명하기 어려운 일부 화재의 경우엔 그 원인을 전기적 요인으로 단정 짓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화재의 대부분은 발화원인이 규명된다. 화재원인을 알 수 없는 조사 불명률이 그만큼 낮다는 얘기다. 이는 조사 불명률이 40~50%대인 외국과 대조를 이루는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조사 불명률이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은 화재현장의 신속한 복구를 원하는 피해자의 요구를 고려해 조사결과를 불명으로 처리하기 보다는 전기화재 추정사건으로 종결짓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조사 기간 안에 상부에 원인을 보고해야 하는 우리나라 특유의 보고 체계에도 모순이 있다는 지적이다.

▲화재전담 부서 등 전문성 키워야
이 같은 전기화재 사고의 통계분석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화재 분석의 중요성을 재정립하고, 화재조사 전담부서를 운영하는 등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화재사고의 통계분석자료는 유사 사고방지 등 화재예방대책의 기본이다.
안전 분야 한 전문가는 “특히 전기화재 통계분석은 전기사업법 개정과 각종 전기안전 정책수립의 중요한 기초자료가 된다”면서 “이를 감안해 소방방재청 등 관련기관에서 화재전담조직을 신설, 인력 확충운영 등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화재 통계 중 전기설비의 사용경과 년 수 등을 명시해 노후설비에 대한 전기화재 예방대책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한다”고도 했다.

▲과학적 감식장비 도입 등 보완대책 마련해야
현재 국내 화재사고의 조사는 화재감식 ․ 감정기관 부족으로 인해 10% 정도만 과학적인 감식이 시행되고 있으며, 나머지 90%는 목격자의 진술과 육안검사, 조사자의 경험 등에 의존하고 있다.
정확한 화재원인 판단을 위해서는 첨단감식장비 및 감식기술 확충이 중요하다. 하지만 일선 소방관서의 장비보유 실태를 보면 전기화재 물질반응기 등 최소한의 화재 전문 감식용 장비 는 물론 기본적인 화재조사기자재조차 갖추지 못한 곳이 많아 과학적인 화재조사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아울러 화재사고의 책임소재를 명확히 밝히는 제도적 장치를 신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현재 국내에서는 화재사고 조사 시 원인파악이 어려운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묻기 어려운 전기화재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이 같은 폐단을 막기 위해서는 전기화재의 경우라도 화재대상물의 소유자와 유지관리 담당자, 시공회사 등에 화재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원인 불명의 화재를 전기화재로 종결짓는 관행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소유자가 배상책임을 지기 어려운 국내 현실을 감안, 미국 등과 같이 화재보험회사가 책임을 대행하는 제도 등의 도입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아울러 전체 화재 통계의 분류체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종류 및 발화 유형 등에 따라 11가지 정도의 분류방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이는 미국 13종, 일본 29종 등에 비해 범위가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보다 체계적이고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서는 원인 규정의 범위를 세분화해 정밀한 진단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편 화재 조사에 대한 전문성을 강화해 보다 분명한 원인을 찾아내는 전문 인력 배출도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화재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발화원인과 연소상황, 소방시설 등에 대한 전반적인 판단능력과 관련분야 제반지식을 갖춘 화재조사 전문 인력 양성이 필수적이라는 것.
아울러 화재조사 요원의 처우를 개선해 소방방재청과 소방서에 화재조사 전문 인력을 배치하고, 화재원인 조사시 전기와 화학, 기계 등 관련 분야 전문가가 참여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정비해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인터뷰> 김두현 충북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화재 원인조사는 대부분 인력으로 진행됩니다. 여기에는 각 개인의 성향과 숙련정도, 사회 분위기 등 다양한 변수가 작용할 수 밖에 없어요. 이 때문에 보다 정교한 원인진단 시스템 구축을 위해 각 사고사례를 기반으로 매뉴얼을 만들어 보다 체계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합니다.”
김두현 충북대학교 교수는 정확한 화재원인 조사를 위해서는 각 현장의 증거들과 화재 원인들 사이의 관계를 정리하는 매뉴얼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며 이를 기반으로 보다 신뢰성 높은 원인 규명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재 원인을 밝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에 남겨진 화재의 징후 ․ 증거 등입니다. 하지만 이런 데이터에 접근하는 게 어렵다는 데에 문제가 있습니다. 불을 끄는 과정에서 증거가 사라져버리기도 하고, 현장에 대한 정보에 접근하기도 쉽지 않거든요. 충분한 사례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 신뢰성 있는 규칙과 시스템을 만들 수 없겠죠.”
김 교수는 특히 우리나라는 원인이 분명하게 밝혀지는 화재 사고의 비중이 높다고 지적하며 조사기간이 짧다는 것 외에도 무조건 화재 발생 원인을 찾아야 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기간 안에 원인을 밝혀서 보고를 해야하다 보니 화재 현장과 원인 간 필요충분조건을 제대로 고려할 수가 없다는 것.
“사실 합선이나 누전 등으로 인한 전기화재는 누전차단기 등 보호장치가 잘 구비돼 있기 때문에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원인을 밝히기가 어렵고 정확하게 하기도 어려운 경우에 전기화재로 분류하는 사례가 많았죠. 원인 불명으로 결론지어지는 화재가 많은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화재 원인이 밝혀지고 있어요.”
특히 화재 원인이 전기적 요인으로 판명되더라도 전기안전공사 등 관련기관에서 현장을 확인할 방법은 없다. 현장조사권이 없기 때문.
“화재 조사는 현재 일선소방서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화재를 진압한 뒤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이 원인을 분석하는 겁니다. 여러 가지 업무를 수행하다 보니 전문적인 화재조사가 어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전기안전공사 등은 화재 현장조사권이 없습니다. 향후 법적문제가 되는 경우에만 국과수 등에서 원인규명에 나서는 상황이에요. 더구나 원인 규명에는 목격자 진술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목격자도 없고, 방화가 아니라면 전기화재로 판명되는 경우가 많아요.”
이어 그는 향후 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전기화재는 전문인력을 투입해 명확하게 원인을 밝혀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현행 체계 개선을 위해서라도 진단시스템을 개발하고, 조사자가 조사정보를 공개해 보다 체계적인 화재원인 조사시스템 구축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전기인 입장에서는 전기화재로 추정되는 사건에 경우엔 전문인력을 투입해 한번 더 현장검증을 했으면 좋겠습니다만 국가적인 차원에서 볼 때는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어요. 하지만 전기화재에 대한 원인 규명을 확실히 해야 이후 발생할 동종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끝으로 그는 보다 신뢰할 수 있는 화재조사를 위해서는 조사자의 화재원인 보고서를 매뉴얼로 제작해 정밀도를 높이고, 웹기반의 집계 ․ 데이터베이스화 하는 게 절실하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화재의 원인을 보다 분명하게 밝혀내고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확한 화재원인이 담긴 보고서를 토대로 화재 원인 규명의 데이터를 밝혀내는 모형구축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웹을 기반으로 전국에서 화재 조사자가 찾은 자료들이 집계될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이렇게 모인 원인조사보고서 및 화재조사 사례를 데이터베이스에 저장, 보다 신뢰할 수 있는 원인 규명시스템이 마련되도록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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